"영화 '고지전'은 애들 장난이지"···6·25 참전용사가 전하는 실제 전쟁의 공포

1953년 7월 27일, 휴전 협정이 이뤄지기 직전까지 전투를 펼쳤던 한 참전용사는 영화보다 더 참혹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입력 2019-12-11 18:45:03
영화 '고지전'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6·25전쟁은 한국 현대사의 가장 아픈 비극으로 여겨진다. 


가족·친구였던 사람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눠야 했고, 그 가슴 아픈 이야기를 차마 꺼내지도 못한 많은 청년이 목숨을 잃었다.


70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 이제는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줘야 할 때가 온 듯하지만, 철조망 하나를 사이에 둔 북한은 여전히 군사 도발을 이어가며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아직도 끝내지 못한 이 비극의 시작점에서 죽어가는 동료들을 밟으며 진격하고 또 후퇴해야 했던 참전용사들의 슬픔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KBS1 '다큐 공감'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지금의 청년들은 그 아픔을 오롯이 이해하기란 힘들다. 하지만 한 참전용사의 살아있는 증언은 간접적으로나마 그 공포를 느끼게 한다. 


지난 2015년 6월 KBS1 '다큐 공감'에는 6·25전쟁 김달육 옹이 출연해 전쟁의 참화를 전했다. 


정전 협정이 한창 이뤄지고 있던 때 전선의 최전방에 있던 국군 용사들은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손바닥만큼이라도 조금 더 많은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김달육 옹은 "(정전 협정 사실을) 빨리 알려주면 전쟁을 안 하잖아. 그건 몰라야지. 왜냐하면 사기 문제니까"라고 말했다. 


80세를 훌쩍 넘긴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서 나라를 위한 마음이 묻어나왔다. 



KBS1 '다큐 공감'


그렇다면 그가 겪은 전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럼 27일 날 그렇게 돌아가신 분들은 시체가 그냥 산에 버려져 있는 건가요?"


1953년 7월 27일, 제작진은 휴전 협정이 맺어진 그 날의 전투 모습을 김달육 옹에게 물었다. 


"버린 게 아니라... (시체를) 찾을 수가 있어야 버리지"


포탄을 맞으면 시체가 작은 조각으로 찢겨 아무것도 찾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찾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나무에 걸린 창자 조각과 살 토막뿐이었다고 김달육 옹은 전했다. 




KBS1 '다큐 공감'


이어 제작진은 "선생님, 그때 (전투) 상황 모습이 영화 고지전과 비슷할까요?"라고 물었다. 


"그건 애들 장난이지"


한국의 마지막 날을 기록한 영화 '고지전'은 6·25전쟁을 다룬 영화 중에서도 수작으로 꼽히지만 그날의 참화를 담아내기에는 무리였다. 



KBS1 '다큐 공감'


작은 조각으로 찢겨 흙더미에 섞이고 바위틈과 나뭇가지에 처참히 흩어진 그 날의 청년들. 


우리는 이름 없이 죽어간 그들의 희생 위에 또다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웠다. 


조국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 전투에서까지 희생했던 젊은 용사들의 마지막 소원이 바로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아닐까.